한번쯤은 일본과 대적해 보고 싶었던 조선남성의 욕망을 구체화한 영화. 220억이나 들였다는 영화 〈군함도〉를 이렇게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는 건 슬픈 일일 뿐 아니라 거의 재앙이다. 군함도엔 과거 인간들이 행한 일에 대한 아픔, 그래서 일본인조차 감동시킬 수 있는 호소력이 없다. 그리고 그저 과거의 아픔을 성찰 없이 곧바로 오늘의 긍지로 치환시킨 21세기 대한민국의 대리만족만 있다. 제작자와 출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곳에선 "피해자"란 오로지 관념일 뿐이고, 그렇게 형해화된 "피해자"는 쉽게 소비될 수밖에 없다.